“호주에 살고 있는데, 왜 한국에서 세금을 내야 하나요?”
- 거주자·비거주자 판정이 만들어내는 예상치 못한 세금 문제
호주로 이민을 온 지 10년이 넘은 홍부장은 최근 한국 국세청으로부터 뜻밖의 안내문을 받았습니다.
한국에 있는 부동산에서 발생한 임대소득과 금융소득에 대해 신고가 누락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홍부장은 이미 오래전 한국을 떠났고, 가족도 모두 호주에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은 당연히 한국의 ‘비거주자’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국세청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한국에 남아 있는 자산의 규모, 과거의 직업 관계, 소득의 발생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홍부장은 여전히 한국의 세법상 거주자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홍부장은 단순한 신고 문제를 넘어, 전 세계 소득에 대한 과세 가능성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 사례는 결코 특별한 경우가 아닙니다. 최근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생활하거나, 호주에 정착한 이후에도 한국에 자산을 유지하고 있는 교민들이 늘어나면서, ‘거주자·비거주자 판정’은 점점 더 중요한 법적·세무적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왜 거주자·비거주자 판정이 중요해졌을까
과거에는 한 국가에서 태어나고, 그 국가에서 평생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민을 하더라도 한국의 재산을 대부분 정리한 뒤 새로운 국가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생활하거나, 호주로 이민을 온 이후에도 한국에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을 그대로 보유하는 경우가 흔해졌습니다. 이처럼 생활 기반과 자산 소재가 여러 국가에 걸쳐 있는 경우, 어느 국가의 ‘세법상 거주자’로 판단되는지에 따라 과세권과 납세 의무가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세법상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기준
한국의 세법은 과세기간 중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를 둔 사람을 거주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183일 요건은 비교적 명확해 보이지만, 실제 쟁점은 ‘주소’와 ‘거소’의 판단입니다.
주소나 거소는 단순히 주민등록 여부만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동거가족의 거주지, 직업 및 근로 형태, 사회적·경제적 활동의 중심, 자산의 소재와 관리 방식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나는 호주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거주자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생활,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는 이유
예를 들어, 가족은 모두 호주에 거주하고 있지만 한국 본사에서 파견되어 근무 중인 경우, 급여 구조나 사회보험 납부 내역에 따라 한국의 세법상 거주자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한국 복귀 계획이 없고, 급여와 소비가 모두 호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면 호주의 세법상 거주자로 판단될 여지가 커집니다.
또한 생활의 중심은 호주에 있더라도, 주요 소득원이 한국 부동산에서 발생하고 있다면 거주자성 판단은 다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거주자성 판단은 개인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거주자냐 비거주자냐, 세금의 범위가 달라진다
한국의 세법상 거주자로 판단될 경우, 한국 국세청은 해당 개인의 전 세계 소득에 대해 과세권을 가집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까지 신고 의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비거주자로 판단될 경우에는 한국 내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가 이루어집니다.
다만, 이러한 구조는 한국만의 특수한 제도는 아닙니다. 호주의 ATO 역시 세법상 호주의 거주자로 판단되면 전 세계 소득에 대해 과세합니다. 다만 어느 국가가 과세권을 가지는지에 따라 세금 부담의 구조와 신고 의무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자산 구성과 생활 형태에 맞는 세무 계획이 중요해집니다.
증여·상속, 그리고 양도소득세까지 이어지는 문제
거주자·비거주자 판정은 소득세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에는 호주와 달리 증여세와 상속세가 존재하기 때문에, 증여나 상속 계획이 있는 경우 거주자성 판단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많은 분들이 부모 자식 간에는 5천만 원까지 증여해도 문제가 없다고 알고 계시지만, 이 공제는 한국의 세법상 거주자에게만 적용됩니다. 비거주자에게는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양도소득세 역시 거주자와 비거주자에 따라 1세대 1주택 비과세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거주자성은 세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주자성은 단순히 세금을 얼마나 내느냐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한국의 거주자로 판단될 경우,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나 해외신탁 신고의무와 같은 추가적인 법적 의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해외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는 물론 형사처벌까지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거주자성 판단,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입니다
거주자·비거주자 판정은 한 가지 기준으로 단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생활의 중심, 자산의 위치, 소득의 발생 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매우 복합적인 판단입니다.
한국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생활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나는 어느 국가의 거주자인가”라는 질문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거주자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불필요한 세금 분쟁과 예기치 못한 법적 위험을 예방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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