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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호주의 지식재산권 출원 동향

김현태    07 Jul 2021


2021년 4월, 호주 지식재산청(IP Australia)은 지난 한 해 동안 호주에 출원된 특허, 상표, 디자인, 식물 품종보호권 등 지식재산권 출원/등록건수를 집계한 호주 지식재산 보고서 2021 (Australian Intellectual Property Report 2021)을 발간했다. 

지식재산권 출원은 신기술, 신제품 개발, 창업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통상 1-3년 정도 선행해서 이루어 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출원동향의 변화는 향후 경기 예측의 바로미터로 해석될 수 있다. 

COVID-19 팬데믹의 여파와 세계 경기의 위축으로 특허 및 디자인 출원건수는 각각 2%와 4% 감소한 반면, 상표출원은 반대로 8%나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특허, 상표, 디자인 각 권리별 출원동향은 다음과 같다. 

 

□ 호주 특허 출원동향

지난해 총 호주 특허 출원건수는 29,293건으로 전년도 대비 약 2%가 감소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10년 연평균 수치와 비교시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중 특허 협력 조약(PCT: Patent Cooperation Treaty)을 통해 출원된 건수는 전년보다 1% 증가하여 전체 출원 중 약 72% (21,129건)를 기록한 반면, 호주 특허청에 직접 출원(Direct Application)된 건수는 전년도보다 8%가 하락한 8,164건으로 집계되었다. 

 

자료: 호주 지식재산 보고서 2021 (Australian Intellectual Property Report 2021)

 

전체 출원 건수 중 외국인(Non-resident)에 의해 출원된 비율이 92%(26,894건)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호주 내국인(Resident)에 의한 출원건수 비율은 8%(2,399건)에 불과하여, 여전히 외국인 주도의 특허 확보 활동이 대세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료: 호주 지식재산 보고서 2021 (Australian Intellectual Property Report 2021)

 

특허 다출원 외국 국가로는 미국이13,122건으로 전체의 45%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를 고수하였고, 중국(2,358건), 일본(1,643건), 독일(1,344건) 그리고 영국 (1,253건)이 뒤를 이었다. 중국인의 특허 출원 건수가 작년대비 25% 증가하여 전체 출원건수 중 8%를 차지하면서 2년 연속 다출원 국가 2위에 이름을 올린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출원 외국기업 순위 5위 안에는 오포(Guangdong Oppo Mobile Telecommunications), LG전자, 화웨이(Huawei), 애플(Apple Inc) 그리고 퀄컴(Qualcomm)이 이름을 올렸는데 모두 테크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눈에 띈다. 

호주기업 중 다출원기업 상위 기업들에는 도박게임기 제조사인 아리스토크라트(Aristocrat)가 예년에 이어 1위를 지켰고, 호주 최대 연구기관인 씨에스아이알오(CSIRO), 주방기기 및 커피머신 제조업체인 브레빌(Breville), 시드니대학(The University of Sydney)과 모나쉬대학(Monash University)이 각각 순서대로 랭크되었다.    

산업 분야별로는 의료기술(Medical Technology) 분야가 3,701 건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의약품(Pharmaceuticals) 분야 특허출원이 무려 21%나 증가했다. 아울러, 생명과학(Biotechnology) 분야의 특허출원건수도 4% 증가를 기록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유기정밀화학(Organic Fine Chemistry)과 토목공학 분야는 각각 1%, 12%씩 감소가 있었다.  

                         호주내 특허 다출원 5위 산업분야별 현황

자료: 호주 지식재산 보고서 2021 (Australian Intellectual Property Report 2021)

 

2021년 8월 25일 기준으로 혁신특허 (innovation patent) (한국의 구 실용신안무심사 제도와 유사)가 폐지(신규 출원은 금지되지만 기존에 출원/등록된 혁신특허는 유지)됨에 따라 혁신특허의 폐지 전에 출원하여 등록받고자 하는 움직임이 부쩍 많아졌다. 혁신특허 출원건수는 전년 대비 2.5배가 증가하면서 총 4,586 건수를 기록했는데, 이 중 외국인의 혁신특허 건수가 3배 이상 증가하였다. 외국인 중에서도 중국과 인도기업들의 혁신특허 출원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정식 심사를 통과하지 않고도 특허등록증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 호주 상표 출원동향

2020년 총 호주 상표 출원건수는 81,702건으로 전년도 대비 약 8%가 증가하였다. 이 중 호주 내국인의 출원 건수가 17%  증가한 51, 662건을 기록한 반면 외국인의 출원 건수는 4% 감소한 30,040건을 기록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호주 국내 GDP가 작년에 7%나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표 출원건수는 오히려 증가한 셈인데, 팬데믹 상황에서도 내국인에 의한 새로운 브랜드 런칭 및 신규 사업 창업이 활발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노던 테리토리 주를 제외한 다른 호주 지역에서 전반적으로 상표 출원건수가 작년 대비 증가했는데, 다출원인이 거주한 지역은 뉴사우스웨일스주 (18,286 건)와 빅토리아주 (16,105건)로 여전히 시드니와 멜번이 속한 두 개 주에서 활발한 경제 활동이 이루어 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료: 호주 지식재산 보고서 2021 (Australian Intellectual Property Report 2021)

 

상표 다출원 외국 국가로는 특허와 마찬가지로 미국(8,918건)과 중국(4,815건)이 나란히 1위와 2위에 이름을 올렸고 그 뒤를 영국(2,215건), 독일(1,709건)  그리고 일본 (1,323건)이 차지했다. 다른 국가들의 전년 대비 상표 출원건수가 소폭 하락한 데 반해 일본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정상품 및 서비스별로 살펴 보면, 전자기기, 휴대폰 등이 속한 제9류(14,130건), 광고·도소매업 등이 속한 제35류(14,370건), 교육·컨설팅·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속한 제41류(10,816 건), 과학기술 서비스 등이 속한 제 42류(9,719건), 의류 등이 속한 제 25류(7,239건)가 상위 1위부터 5위에 올랐다. 특허와 마찬가지로 상표 출원 또한 의약품이 속한 제5류 및10류의 지정 건수가 41% 및 56%로 대폭 증가했지만 상위 5위 안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호주내 상표 다출원 5위 산업분야별 현황

자료: 호주 지식재산 보고서 2021 (Australian Intellectual Property Report 2021)

 

호주 기업 중 다출원 상위 5개사에는 블루스콥 스틸 (Bluescope Steel), 블루 문 히로(Australia Blue Moon Hero), 아리스토크라트 (Aristocrat Technologies Australia), 콜스(Coles Group), 피나클(Pinnacle Liquor Group)이 이름을 올렸다. 외국 기업 중에서는 화웨이 (Huawei Technologies),  노바티스 (Novartis AG), 애플 (Apple), 아마존 테크놀로지 (Amazon Technologies), 존슨앤존슨 (Johnson & Johnson)이 각각 1위에서 5위까지 랭크되었다.  

 

□ 호주 디자인 출원동향

2020년 호주 내 디자인 출원 건수는 전년 대비 약4% 하락한 7,165건을 기록하였는데, 내국인 (-3%) 및 외국인(-5%) 모두 출원건수 하락을 보였다. 

로카르노 분류법에 의한 개별 산업분야별로는 운송기기 등이 속한 제12류, 통신장비 등이 속한 제14류, 의료 및 실험실 장비 등이 속한 제24류, 포장용기 등이 속한 제9류 등이 다출원 디자인으로 확인되었다. 전체적으로 호주 내국인들의 출원은 섬유/패션용품에 집중된 반면 외국인들의 출원은 소비자 및 보건기술 관련 디자인에 치중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외국인 다출원 국가 순위로는 미국 (1,853건), 중국 (486건), 영국 (358건), 일본 (262건), 그리고 독일 (220건) 순이었다. 미국이 여전히 순위로는 1위였지만 출원 건수로는11퍼센트나 감소한 반면 중국은 31%, 그리고 영국은 59%나 증가하였다. 

다출원인 순위에서는 호주 국내 기업 중 패션사인 짐머만웨어(Zimmermann Wear)가 1위, 외국 기업 중에서는 필립스 (Philips)가 1위에 올랐고 그 뒤를 구글 (Google)이 이었다. 

 

자료: 호주 지식재산 보고서 2021 (Australian Intellectual Property Report 2021)

 

□ 시사점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활동 위축으로 호주 내 지식재산권 출원건수의 약세가 어느 정도 예상되었지만 하락폭이 그다지 크지 않아 비교적 선방을 했다는 평가이다. 오히려 호주 내 상표 출원건수, 특히 내국인의 출원 건수는 대폭 증가하였고, 이것은 내수 경제 활성화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어 고무할 만한 일이다. 

특허, 상표, 디자인 전 분야에 걸쳐 의약품, 레저, 아웃도어 제품 관련 건수가 늘어난 것은 비단 호주만의 일로 볼 수는 없고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전세계적인 산업지형 변화와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특허의 경우 2021년 8월 혁신특허 제도의 폐지가 예정되어 있는 관계로 폐지 전 출원러쉬가 계속되고 있고 특히 중국과 인도 기업들이 앞다투어 출원하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우 전년도와 마찬가지도 특허, 상표, 디자인 전 분야에서 호주 내 다출원 국가 순위 1위와 2위를 차지했지만 내용면에서는 미국의 경우 건수가 대폭 줄어든 반면 중국은 증가하여 양국 기업의 출원건수 격차가 좁혀 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호주에 무역보복을 가하는 등 정치, 경제적으로 호주와 관계가 많이 소원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의 호주 내 특허, 상표 확보 활동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한국 기업들의 경우 호주 내 의약품, 진단기기, 화장품, 식품 등과 관련한 지식재산권 확보 활동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필자에게 호주 아마존 브랜드 레지스트리 등록을 위한 상표등록 의뢰 문의가 증가하고 있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호주 수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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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롤러블 TV “ROLED” 와 ROLEX 시계 상표

2020년 10월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돌돌 말리는 65인치 롤러블(Rollable)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R (LG SIGNATURE OLED R)’을 출시했습니다. VVIP 고객을 겨냥해 판매가로 1억원이 책정된 이 초고가 TV는 시청할 때는 화면을 펼쳐주고 시청하지 않을 때는 본체 속으로 화면을 돌돌 말아 넣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디스플레이가 두루마리처럼 말려야 하기 때문에 백라이트(backlight)가 필요없는 올레드 (OLED: 유기발광다이오드)의 강점을 극대화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LG가 이 롤러블 TV를 “ROLED”라는 브랜드로 세계 시장을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LG 측은 LG Display명의로 2년 전 일찌감치 호주에 “ROLED”라는 상표권 등록을 신청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LG Display가 신청한 ROLED 상표권 신청은 스위스의 유명 시계 기업 ROLEX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LG의 상표권 신청에 포함된 스마트 워치 (smart watch)가 쟁점이었는데, ROLEX 측은 자사 브랜드의 명성에 비추어보아 ROLED라는 상표가 시계 (손목 시계든 스마트 워치든) 브랜드로 사용될 경우 소비자들을 기만하거나 혼동을 줄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분쟁은 1년 간 쌍방의 공방 끝에 결국 스위스 ROLEX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Rolex SA v LG Display Co Ltd [2020] ATMO 136). 호주 특허청의 심판관은 ROLEX의 국제적 명성은 인정할 만한 수준이며 LG가 신청한 ROLED는 ROLEX와 비교시 끝자리 “D”만 “X”로 바뀐 것일 뿐 나머지 4개의 문자가 동일하다며 충분히 소비자 간의 혼동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공판에서 LG측은 ROLED의 첫 문자 R은 Rollable의 약자이며 유기 발광 다이오드인 OLED와 합성하여 R+OLED로 조어한 것이라며 OLED 제품임을 강조하는 상표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심판관은 이 주장을 역으로 이용하여 ROLEX 또한 기술 발전 추이에 따라 전통적인 시계뿐만 아니라 스마트 시계로 진출시 OLED 기술을 활용할 경우, ROLED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개연성이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심판관은 LG측이 알파벳 26글자중 하필 R을 골라 OLED 앞에 붙인 것에 의구심을 표하며 명품 시계 브랜드인 ROLEX의 명성에 편승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과적으로 LG가 신청한 ROLED 상표는 스마트 워치 상품을 삭제하고 나머지 TV, 컴퓨터 등에 한해서만 호주에서 등록을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재미난 사실은 비슷한 시기에 ROLEX가 호주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LG를 상대로 동일한 상표권 분쟁을 일으켰었는데 한국의 특허심판원은 반대로 LG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한국 심판부에 따르면 ROLED와 ROLEX는 앞문자 4개가 동일한 것 외에는 외관이 상이하고 발음도 롤레드/로레드 Vs 롤렉스/로렉스로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ROLEX는 명품 시계 브랜드로 이미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어 LG가 ROLED라는 스마트 워치를 출시한다고 한들 대중들 사이에 혼동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한국의 심판부가 자국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해석할 사람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상표의 명성’에 근거한 이의신청 진행시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한쪽에서는 유명 상표의 명성에 편승한 모방 상표 등록 시도라는 프레임을 씌울 수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상대의 상표가 너무 유명해서 내가 약간 유사한 상표를 사용한다고 한들 품질과 가격 등에서 월등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기만할 우려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후자의 주장은 실제 명품 브랜드 기업으로부터 침해중지 내용증명을 받았던 저희 의뢰인의 사건에서 제가 활용하여 성공적인 방어를 할 수 있었던 논거이기도 했습니다. 호주에서 창업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기 전 상표 등록은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상표는 문자, 로고 또는 슬로건 모두 등록이 가능합니다. 아울러, 상표권 등록 신청 전 다른 상표와 유사한지 검토해서 발생할지도 모를 상표권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호주 상표 등록 절차

호주의 지식재산청인 IP Australia (www.ipaustralia.gov.au)와 뉴질랜드 지식재산청인 IPONZ (www.iponz.govt.nz)는 각국의 지식재산권 주무관청입니다. IP Australia와 IPONZ는 출원(등록신청)된 상표의 등록여부를 심사하고 이의신청 절차 등을 처리합니다. 또한, 상표의 갱신, 양도, 취소 등의 관리 업무도 수행합니다. 호주/뉴질랜드의 상표법상 등록 가능한 상표는 문자, 숫자, 도형 또는 이들이 결합된 상표 및 냄새, 소리, 색채 등 특수상표를 포함합니다. 등록상표의 권리 존속기간은 10년이며, 갱신료 납부시 10년 단위로 갱신도 할 수 있습니다. 단, 등록된 상표라도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제3자의 신청에 의해 등록이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상표 출원방식은 마드리드 의정서를 통한 국제상표 등록시 호주/뉴질랜드를 지정하는 방식과 IP Australia/IPONZ에 직접 출원하는 방식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상표 출원시 상표가 사용될 특정 상품 또는 서비스를 지정해야 하는데 국제NICE 분류에 따라 제1류~ 45개류 항목 내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호주 및 뉴질랜드의 상표 등록절차는 대동소이하며 아래와 같습니다 (밑줄 내용은 뉴질랜드에만 적용).   1. 선행상표조사 - 출원 전 동일/유사 상표의 존재 여부를 선행상표 조사를 통해 확인함으로써 침해가능성, 등록가능성 검토.   2. 상표출원 - 출원인의 영문 이름과 주소, 상표의 견본과 지정상품/서비스 - 조약에 의한 우선권 주장시 관련 우선권 내용 - 상표가 영문이 아닐 경우 영어번역문 - 뉴질랜드의 경우 뉴질랜드 내 상표 사용 여부   3. 상표심사 - 출원일로부터 약 4-5개월 소요 (긴급사유로 우선심사 신청 가능) - 뉴질랜드의 경우 출원일로부터 약 3-4주 소요 - 선행상표와의 충돌, 상표의 식별성 등 심사 - 심사결과 거절사유 발견시 1차 심사보고서가 발부되고, 이 거절사유는 15개월 내 극복해야 함. - 뉴질랜드의 경우, 1차 심사보고서 발부일로부터 12개월 내 극복해야 함. - 마드리드 의정서를 통한 호주/뉴질랜드 출원시, 심사보고서가 발부되면 호주/뉴질랜드 내 대리인을 임명해야 답변 가능   4. 출원공고 및 이의신청 - 심사통과시 상표를 공보에 2개월 간 공고 - 뉴질랜드의 경우 3개월 간 공고 - 이 기한 내 이의신청 제기시 별도의 이의신청 절차 진행됨   5. 상표등록 - 이의신청이 없을 경우 상표 등록 완료되며 전자문서 형식(PDF)의 등록증 발급 - 등록상표의 유효기간은 10년 (매 10년마다 갱신 가능)   등록상표의 소유권자에게는 호주 또는 뉴질랜드 내 독점, 배타적 사용권이 부여됩니다. 따라서,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호주 또는 뉴질랜드 시장 진출 전 선행상표 검색을 통해 동일,유사한 상표가 존재하는 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용하고자 하는 상표가 등록가능할 경우 신속히 출원하여 보호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상표를 등록함으로써 추후 경쟁사의 브랜드 도용, 모방행위를 저지할 수 있고, 호주 또는 뉴질랜드 세관에 등록하여 호주 및 뉴질랜드로 수입되는 상품 중 상표권을 침해하는 경우 압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등록된 상표에는 ®심볼을 사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독점적으로 보호받는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 또한, 등록상표는 재산권의 일종으로 명의 변경, 양도, 실시권 허여(라이센싱)가 가능합니다. 끝으로, 은행 또는 투자자에게 자금 유치시, 그리고 정부지원금 신청시 등록상표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호주 및 뉴질랜드를 비롯하여 기타 진출하고자 하는 해외시장에는 사전에 등록을 해 두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것입니다.


호주특허청 2020/10/1기준 관납료 인상안내

  호주특허청의 관납료가 2020년 10월 1일부로 일부 인상되었습니다. 주요 변동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특허: 청구항 개수에 따른 설정등록 가산료 인상; 등록/유지연차료 인상 상표: 출원관납료 인상 (비고시 상품/서비스명칭 이용시) 디자인: 등록갱신료 인상  항목별 주요 인상금액은 다음과 같습니다 (호주달러AUD기준). 호주특허 인상전 인상후 설정등록료 납부시 청구항 수에 따른 가산료 (20개 초과 30개 이하, 추가항당) $110 $125 설정등록료 납부시 청구항 수에 따른 가산료 (30개 초과, 추가항당) $110 $250 등록/유지연차료 5년차 $300 $315 등록/유지연차료 6년차 $300 $335 등록/유지연차료 7년차 $300 $360 등록/유지연차료 8년차 $300 $390 등록/유지연차료 9년차 $300 $425 등록/유지연차료 10년차 $550 $490 등록/유지연차료 11년차 $550 $585 등록/유지연차료 12년차 $550 $710 등록/유지연차료 13년차 $550 $865 등록/유지연차료 14년차 $550 $1050 등록/유지연차료 15년차 $1250 $1280 등록/유지연차료 16년차 $1250 $1555 등록/유지연차료 17년차 $1250 $1875 등록/유지연차료 18년차 $1250 $2240 등록/유지연차료 19년차 $1250 $2650 등록/유지연차료 20년차 (의약품특허) $2550 $4000 등록/유지연차료 21년차 (의약품특허) $2550 $5000 등록/유지연차료 22년차 (의약품특허) $2550 $6000 등록/유지연차료 23년차 (의약품특허) $2550 $7000 등록/유지연차료 24년차 (의약품특허) $2550 $8000 호주상표 현행 인상후 일반상표 출원료 (비고시 상품/서비스명칭 사용시, 류당) $330 $400 시리즈상표 출원료 (비고시 상품/서비스명칭 사용시, 류당) $480 $550 호주디자인 현행 인상후 등록갱신료 (추가 5년 연장) $320 $400 상세한 관납료 인상내역은 호주특허청 웹사이트의 list of the fee changes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ip@hhlaw.com.au로 연락주십시오.  


직무와 관련된 발명 특허의 소유권

어느 자동차 회사의 세일즈맨으로 일하던 홍길동은 자동차를 팔려면 누구보다 자동차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틈틈이 자동차의 동작 원리와 각종 부품에 대해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일즈맨 홍길동의 지식은 깊고 방대해져서 웬만한 자동차 연구원들과 최신 기술에 대해 토론해도 뒤지지 않을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세일즈 팀의 매니저는 홍길동을 기특히 여겨 홍길동이 세일즈 업무 외 여가시간을 이용해 각종 자동차 전시회 및 학술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이에 보답하듯 홍길동은 자동차를 판매하면서 여러 고객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꼼꼼히 메모를 했다가 연구소와 고객 센터에 전달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홍길동은 음성인식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중 우연히 이 기능을 자동차에 탑재하면 얼마나 편리할까라는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이때부터 홍길동은 매일 퇴근 후 집에서 연구, 조사에 매달렸고 한 달여 후 운전자가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가령 “운전석 문 열어”,  “조수석 창문 내려” 등과 같은) 자동차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음성과 동일한지 비교한 후 자동으로 이를 실행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홍길동은 이 아이디어를 회사 몰래 개인 이름으로 특허등록을 받아 사업을 진행해볼까도 고민하다가 왠지 개운하지 못한 마음이 들어 다음날 본사 상품기획팀에 아이디어 제안 형식으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홍길동은 이 메일에 회사가 이 기술을 채택하면 자신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도 적었습니다.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나도 아무 답변을 듣지 못한 홍길동은 우연히 신문을 읽다가 내년부터 출시되는 자사의 모든 자동차 모델에 도어 및 윈도우 자동 개폐가 가능한 음성인식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이 기사에는 회사가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완료했고 특허등록에 성공하면 다른 회사들로부터도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홍길동은 곧바로 본사 상품기획팀에 전화를 걸어 해당 발명은 자신이 고안한 것이므로 본인에게 적절한 (상당액의) 보상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상품기획팀 담당자는 자신은 잘 모르는 일이라며 법무팀 담당자 연락처를 줬고, 이를 전달받은 법무팀 담당자는 홍길동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의 종업원이 개발한 발명은 자동적으로 회사의 소유가 되므로 홍길동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이러한 일이 실제 호주에서 발생한 사례가 있습니다. 호주의 특허법인 Patents Act 1990 상에는 직무 발명과 관련된 명시적 조항이 없어 판례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호주의 직무발명 법리에 큰 영향을 미친 1995년도 영국 케이스인 Patchett v Sterling Engineering Coy Ltd (1955) 72 RPC 50에 따르면 고용계약서 상에 따로 정함이 없는 한 종업원의 충실의무 (fiduciary duty)에 근간하여 종업원의 발명은 고용주가 원칙적으로 승계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호주의 랜드마크 직무발명 케이스였던 Spencer Industries v Collins (2003) 58 IPR 425에서는 재생타이어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Collins가 퇴근 후 자발적으로 재생타이어 제조과정에서 사용될 수 있는 칼날을 개발한 사건을 다뤘습니다. Collins의 고용주였던 Spencer Industries는 이 발명에 대한 소유권이 회사에 승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해당 발명이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Collins의 직무 범위 밖의 일이라 회사가 권리 승계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와 대비되는 판례로 Victoria University of Technology v Kenneth Wilson and Ors [2003] VSC 33에서 교직원이자 부설 연구소장으로 일하던 Wilson과 Feaver는 컴퓨터 온라인 trading system을 개발하여 본인들이 주주로 있는 회사를 통해 특허 출원을 했는데, 법원은 이들의 행위가 대학과의 신의를 저버린 사해행위라고 판단하여 특허의 소유권을 대학에 양도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Full Federal Court에서까지 다투었던 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v Gray [2009] FCAFC 116에서 법원은 대학과 Gray 박사와의 고용계약서 상에 지식재산권의 자동 양도 조항이 암묵적 (implied)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대학 측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Gray 박사가 연구 주제를 자유롭게 고르고 외부 프로젝트 수주 등 일련의 과정에 대학 측이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Gray 박사가 고안한 발명에 대해 대학 측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직무 발명의 소유권 판단 시 해당 종업원의 발명이 직무 발명에 해당하는지, 즉 담당하고 있는 일상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명이 고안된 것인지, 회사의 시설물 (컴퓨터, 연구기자재 등)을 이용했는지, 고용주의 지시를 받고 발명에 착수했는지 등은 중요한 고려 사항들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일련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고용계약서 상에 직무 발명의 범위, 승계 여부, 보상 등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여 고용주, 피고용자 모두 추후에 있을 분쟁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면책공고: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상기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문의: H & H Lawyers / Email: info@hhlaw.com.au / Phone: +61 2 9233 1411   


음식 배달 사업과 상표 침해

호주는 한국처럼 음식 배달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음식 배달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자전거 또는 자동차로 음식을 실어 나르는 모습들을 길거리에서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중 잘 알려진 업체들이 바로 딜리버루(Deliveroo), 푸도라(Foodora), 우버 잇츠(Uber Eats) 같은 곳입니다. 이들은 여러 음식점과 계약을 맺어, 소비자들이 이 업체들의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통해 주문하면 배달원들이 음식점에서 픽업하여 원하는 장소로 배달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달 업체들은 각 음식점으로부터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배달원은 음식값에 추가로 붙는 배달료를 가져가는 구조인 듯 합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배달 사업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배달 업체들로서는 최대한 많은 음식점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무리수를 두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 지에, 시카고 소재 음식점인 버거 앤틱스(Burger Antics)가 음식 배달 전문 업체 도어대시(DoorDash)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건이 실린 적이 있습니다. 이는 도어대시가 사전 동의 없이 버거 앤틱스의 메뉴판과 상호를 웹사이트에 올리고 배달이 가능한 것처럼 광고한 것이 문제가 된 사안이었습니다. 버거 앤틱스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들은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 고객으로부터 다 식어 빠진 버거가 배달 왔다는 소비자 불만이 접수되어 이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도어대시는 미국에서 600개 이상의 음식점과 계약을 맺고 대셔(dasher)라고 하는 배달원을 통해 음식을 배달하는 업체인데, 문제는 앞서 언급한 버거 앤틱스와 같은 사건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일종의 ‘아니면 말고’ 식의 고의적인 영업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일단 자사 웹사이트에 여러 음식점의 메뉴를 올린 후 주문을 받다가 위와 같이 문제가 발생하면 그제야 슬그머니 내리는 행태를 취해왔다고 합니다. 2015년 11월에도 캘리포니아 소재 유명 체인인 인-앤-아웃 버거(IN-N-Out Burger)가 도어대시를 상대로 자사의 로고와 메뉴의 무단 사용을 즉각 중지하라고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소송은 합의로 종결되었는데 아마도 도어대시가 상당한 금액을 지급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이런 일이 호주에서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은 상표권과 저작권법 침해 소지가 있고 아울러 소비자 법 위반 혐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 중 요식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본인들의 가게 이름과 메뉴가 어디선가 무단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사전 디스커버리 제도(Preliminary Discovery)

fizer Ireland Pharmaceuticals v Samsung Bioepis AU Pty Ltd [2017] FCAFC 193의 케이스를 통해 살펴본 최근 판례 동향    요약:  • 특허침해소송 제기 전 특허권자인 화이자는 침해 의심자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대로 특정 문건 제출을 요구하는 ‘사전 디스커버리’ 명령을 신청  • 2016년, 1심 (Federal Court of Australia): 화이자의 신청은 사전 디스커버리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에피스 손을 들어줌: 화이자 패, 에피스 승.  • 2017년, 2심 (Full Federal Court of Australia): 사전 디스커버리 요건은 제출된 증거 (전문가 소견)에 대한 객관적 사실 여부가 아닌 화이자 측의 심증이 합리적인 것인지를 묻는 것임. 화이자는 요건을 충족시켰음: 화이자 승, 에피스 패 – 에피스 측에 화이자가 요청한 문건을 제공할 것을 명령  • 2018년 5월, 3심 (High Court): 에피스의 항소 Special leave 신청 거부당함: 최종 화이자 승, 에피스 패  • 특허권자 입장에서는 사전 디스커버리 제도 적극 사용 (상대의 특허침해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상대가 가진 정보를 받아보고 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음)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이 유명한 어구는 자신과 상대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상대가 있는 싸움, 즉, 전쟁이든, 협상이든, 스포츠 경기든 아니면 도박에서든 모두 적용될 수 있는 말입니다. 법정 소송 또한 마찬가지인데 상대가 가진 정보나 증거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자신있게 소송에 임할 수 있고 혹여 자신에게 불리할 것으로 판단되면 최대한 송사를 피해 다른 해결 방법이 있는지 모색할 것입니다.  영미법 국가의 민사소송 절차 중 디스커버리 (discovery) 제도는 한국어로 증거개시 또는 상대방에 대한 문서제출 요구 등으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이 디스커버리 제도는 사실심리 전 당사자 간 보유한 증거를 서로의 요청에 따라 제공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공판 (hearings and trials) 전 상대가 가진 패를 확인함으로써 추후 예상치 못한 증거 (surprise)와 맞닥뜨리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상대의 증거를 본 후 소송을 계속할 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유용합니다. 물론,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예를 들어 변호사-의뢰인 간 특권에 따른 보호 문서 (client legal privilege))는 증거 제공을 거부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당한 요구에 불응하면 법원으로부터 제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디스커버리 제도 덕에 많은 수의 소송 사건들이 중간에 당사자 간 합의 (settlement)로 종결되고는 하는데, 서로가 가진 증거를 교환해서 검토해보면 어느 정도 승패를 가늠할 수 있고 법률비용을 계속 지불하면서 끝까지 소송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양보하면서 종결하는 것이 피차 이익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미법계인 호주에서도 민사소송시 이 디스커버리 제도가 큰 역할을 차지하는데, 호주 연방법원규칙 (Federal Court Rules 2011) 제7.23조에서는 소송의 시작 전, 즉 소장을 제출하기 전에도 법원에 요청해 상대의 증거를 받아볼 수 있는 ‘사전 디스커버리’ (Preliminary discovery) 제도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전 디스커버리’ 조항은 과거 매우 보수적으로 적용되어 법원으로부터 이 명령을 받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소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상대에게 민감한 (통상 영업비밀에 가까운) 정보 또는 자료를 요청한다고 해서 기꺼이 제공해 줄 리가 만무하고, 보통은 이런 요구가 동종업계의 경쟁자 사이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신청인은 적극적으로 방어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이런 요구를 하는 신청인의 입장에서는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어 섣불리 소송을 제기했다가 역풍을 받을 우려도 있고, 그렇다고 소송을 안하자니 상대 (경쟁자) 제품의 시장 잠식이 달갑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아래 살펴볼 사건의 경우처럼 약품과 관련된 특허소송의 경우 그 제조방법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어서 소송 전 분석절차가 매우 중요한데 상대가 가진 정보를 사전에 획득할 수 있다면 소송 여부 판단에 매우 귀중한 자료로 사용될 것입니다.    아래 소개할 최근 호주에 있었던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 (Pfizer Ireland Pharmaceuticals)와 삼성바이오에피스 호주 법인 (Samsung Bioepis AU Pty Ltd)간의 소송은 항소에 항소를 거듭하다 이 ‘사전 디스커버리’에 대한 호주법원의 정리된 판례라 의미가 있습니다.    사건 개요  삼성바이오에피스 (이하 에피스)는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의 바이오젠이 합작해 설립한 바이오 의약품 전문 회사로 주로 바이오시밀러 (복제약)의 개발을 담당하고 있고, 이렇게 개발한 복제약은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생산한다고 합니다.  2016년 에피스는 호주의 식약청 격인 TGA (Australian Register of Therapeutic Goods)에 이타너셉트 (Etanercept) 성분이 함유된 두 건의 약품을 ‘브랜지스’ (BRENZYS)라는 이름으로 신청해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제품은 화이자가 특허를 갖고 ‘엔브렐’ (ENBREL)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화이자의 엔브렐은 이타너셉트를 이용한 최초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 미국 FDA 승인을 받아 현재까지 전세계 류마티스질환 치료제 시장을 리드하고 있습니다.  화이자는 에피스가 호주 TGA 승인을 획득한 ‘브랜지스’ 제품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의심되지만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만한 확증이 없었습니다. 화이자는 에피스가 호주 TGA승인을 위해 제출한 문건 중 ‘브랜지스’의 제조공정이 포함된 문건을 입수할 수만 있다면 자사 특허침해 여부에 대해 더 면밀히 판단 후 소송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화이자는 호주 연방법원규칙 제7.23조에 의거 ‘사전 디스커버리’ 명령을 구하는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에피스는 이 요구를 거부하면서 아래와 같은 법원의 1심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1심 Federal Court of Australia (단독재판부):  제7.23조에 따르면 법원이 사전 디스커버리 명령을 내려줄 수 있는 조건으로, 신청인이 그런 명령을 청구할 만한 자격이 있음을 합리적으로 믿고 있고; 여러번 상대에게 문의를 했지만 충분한 정보를 받지 못했고; 상대가 해당 증거를 직접적으로 통제(보유)하고 있고; 상대의 증거를 받아보는 것이 소송 시작 여부에 도움이 된다는 합리적 믿음이 있을 경우 등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화이자의 제조공정기술 책임자인 Dr Ibarra는 자사 특허의 내용과 관련 제품의 제조공정에 대한 전문가 소견서 (expert opinion)를 자사 법무부팀장인 Mr Silvestri에게 보고했고, 화이자는 Dr Ibarra의 소견에 따라 법원에서 에피스의 브랜지스 제품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맞서 에피스 측은 교수인 Professor Gray의 소견서를 제출하면서 상대의 증거만으로는 에피스의 브랜지스 제품이 화이자의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볼 만한 합리적인 믿음을 가지기에 불충분하다고 반박했습니다.  1심의 단독재판부 (Burley J)는 화이자의 주장은 단순한 의심 (mere suspicion)에 불과해보이고 화이자가 제출한 전문가 소견은 에피스의 제품이 특허침해로 보인다는 합리적인 믿음 (reasonable belief)를 갖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에피스의 손을 들어줬스비다. 나아가 Burley 판사는 브랜지스와 엔브렐이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라는 단순한 사실이 두 제품의 제조공정도 동일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에피스의 승, 화이자의 패였습니다.    2심 Full Federal Court of Australia - “reasonable belief” 에 대해 다른 견해  화이자의 항소로 열린 합의 재판부의 항소연방법원에서는 3명의 판사 모두 1심 법원의 판결이 잘못되었다며 화이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합의 재판부는 호주 연방법원규칙 제7.23조에 대한 판단은 침해여부를 다루는 미니 재판 (mini-trials)이 아니며, ‘사전 디스커버리’ 제도의 취지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정식 재판에 앞서 비용을 줄이고 효과적으로 당사자의 판단을 도와주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서로 배치되는 당사자 간 전문가 소견 (특허침해 가능성 등)에 대해 누가 맞고 누가 틀리고를 따지는 사실판단 (factual correctness)이 아닌 화이자측의 합리적 믿음이 중요하다고 판시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화이자 승, 에피스 패였고, 재판부는 에피스에게 요청받은 문건을 화이자 측에 제공하라고 명령했습니다.    3심 Application for Special leave to the High Court  2018년 5월 에피스는 호주 연방대법원 (High Court)에 항소를 위해 특별허가 (special leave)를 신청했지만, 연방대법원의 Nettle J와 Gordon J 판사들은 2심 재판부의 판단에 틀린 점이 없음을 확인해주면서 특별허가를 거부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화이자 승, 에피스 패였습니다.    시사점  이 판결은 특허침해시 정황에 있어 사실관계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요구했던 기존 법원의 태도가 주관적 (그러나 합리적인) 믿음이 있으면 가능하다는 쪽으로 전환된 것을 보여줍니다. 즉, 제7.23조의 워딩을 일반적인 의미 (ordinary meaning)인 액면 그대로 해석해 신청인 측의 합리적인 믿음이 주관적으로 형성 (subjectively held)된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통일된 의견이 나온 것입니다.  이는 특허권자에게는 희소식이고 시장의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판결입니다. 특허권자는 침해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사전 디스커버리’ 제도를 적극 이용한다면 소송을 시작하지 않고도 상대의 증거를 받아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고, 이렇게 입수한 증거를 토대로 상대를 압박해 소송을 시작하기 전에도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 생명공학이나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관련된 특허에서 점점 리버스 엔지니어링 (역공학 원리) 등을 이용한 구조 분석이나 제조공정이 추리가 어려워지는 점을 감안하면 호주의 ‘사전 디스커버리’ 제도는 충분히 강력한 무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신청인 입장에서는 ‘사전 디스커버리’ 요구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주관적인 믿음이 존재하지 않거나 그런 믿음에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주장해야 합니다. 신청인이 제시한 근거에 대한 사실여부 논쟁만으로는 상대의 창을 막아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