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떼였다고 해도, 무조건 변호사를 선임해 소장을 보내고 법정으로 사건을 끌고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수 있습니다. 수임료뿐만 아니라 소송 진행에 드는 시간이나 스트레스 등을 고려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때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추심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돈을 되돌려 받는 채권 추심 방법을 정하기 위해서는 이렇듯 소요될 비용 외에도 소송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민사채권 소멸시효 기간
이 부분에 관한 법은 주마다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채무자가 빚의 일부만 상환하거나 아예 상환한 적이 없을 경우엔, 채권이 발생한지 6년 이내에 법적 추심 절차를 시작해야 합니다.
채무자의 재산 파악
시효 기간을 확인한 뒤에는 채무자 명의로 등록된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의 재산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채무자의 개인 명의 혹은 회사 명의로 등록된 재산이 없는 경우, 재판에서 승소하더라도 채권 회수가 불가능해 실익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채무를 입증할 자료 준비
돈을 빌려줄 때 혹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발행했던 증빙서류가 있는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차용증, 계약서, 각서, 영수증, 혹은 채무자가 채무를 실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이메일이나 서류 등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한글로 된 서류라면 NAATI 자격증을 갖춘 전문 번역사를 통해 영어 번역본을 확보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증빙서류가 있어도 이 서류에 중요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지에 따라 효용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애초에 판매자와 구매자간의 공급 계약서 등의 서류를 작성할 때 ‘대금 미납 혹은 연체로 인한 채무 발생 시 이자및 추심 관련 비용(법적 절차 비용 포함)을 누가 부담할지’에 관한 명확한 조항 같은 것이 그러한 중요 조항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조항은 되도록이면 꼭 포함시키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
추심을 위한 전반적인 사항을 확인 후, 상황에 따라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직접 혹은 변호사를 통해 연락을 취하는데, 이 단계를 통해 채무자와 상환 기간 및 액수를 새로 정하는 차용증을 작성하거나 빚의 일부를 변제받기도 합니다.
변호사를 통해 연락할 경우에는 채권이 발생한 배경, 채권의 액수 및 상환 기한과 방법이 명시된 우편물, 즉 ‘레터’를 채무자에게 발송합니다. 법무법인의 이름과 로고가 새겨진 종이에 인쇄된 레터가 나가면 일이 신속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레터를 받고도 채무자가 아랑곳하지 않는 경우엔 레터에 명시된 상환 기한이 지난 후 바로 소송을 진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소송 제기
채권 금액에 따라Magistrates Court 혹은 Local Court (지방법원), County Court 혹은 District Court (고등법원), 또는 Supreme Court (주(州) 대법원, 최고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법원 혹은 변호사를 통해 정확한 소송 제기 가능 상한액을 확인한 후 해당되는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해야 합니다. 상위 법원에 접수한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커지거나 절차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불필요한 비용이나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에 변호사를 통해 적절한 법원에 서류를 접수하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 변호사 없이 개인이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며, 소송 제기 및 재판 절차에 관한 상세한 정보는 각 법원의 웹사이트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소송은 소장 및 관련 증거 서류를 준비하여 법원에 접수하고 상대방에게 송달하는 절차로 시작됩니다. 법적 채권 추심 절차의 첫 단계라고 볼 수 있는 이 절차는, 채권이 발생된 경위, 확보 가능한 입증 자료 및 그 자료의 정확도, 채무자와 채권자 간에 이루어진 합의사항 및 변제에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 채권의 총액 등 채권 채무 관계에 대한 전반적이고도 정확한 사항을 담아야하므로 사실상 소송의 초석이 되는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채권의 성격에 따라 Victoria 주의 VCAT (Victorian Civil and Administrative Tribunal), NSW 주의 NCAT (NSW Victorian Civil and Administrative Tribunal) 등을 통해서도 변호사의 도움 없이 비교적 적은 비용을 들여 신속하게 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채무자의 답변서 제출과 재판
채무자는 소장이 송달된 이후 28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합니다. 이렇게 채무자가 답변서를 제출하게 되면 서로 필요한 증거들로 법정공방을 통해 재판이 이어지게 됩니다.
이윽고 소송 절차가 마무리 되어 판결이 내려지면, 채무자가 개인인지 회사인지에 따라 판결을 집행하는 방법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채무자의 재산 조사 및 은행 계좌 압류 등이 가능합니다. 더 나아가 채무자가 개인인 경우, Australian Financial Security Authority (호주 금융 안전청) 를 통해 bankruptcy notice (파산 통지서)를 접수하고 이를 채무자에게 송달한 후, Federal Court (연방 법원)을 통해 채무자를 파산시켜, 앞서 판결로 확정된 금액 중 파산 절차에 따른 배당을 받아 일부라도 변제 받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회사인 경우에는, 변제 불능으로 간주된 회사에 statutory demand (법정 청구서)를 송달한 후, Federal Court (연방법원) 혹은 Supreme Court (주 대법원)를 통해 winding-up (법인 파산) 신청을 하여, 채무자 회사의 재산에 대해 채권 회수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개인이든 회사든 파산 절차 진행시 다른 채권자들이 존재하거나 잔여 재산이 전체 채무액을 변제하기에 부족하여 판결로 인정된 금액의 100% 회수가 불가능하거나 아예 회수를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기죄로 형사 처벌도 가능한가?
한국에서 종종 악질적인 채무자를 사기죄로 고소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돈을 빌릴 당시에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할 경우, 예외적으로 대한민국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가 성립하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호주에서도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호주 법 제도상 경찰이 보기에 어느 정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어야 관심을 갖고 조사에 착수하여 추후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신고가 들어왔다고 해서 무조건 수사가 진행되거나 기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더욱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실제로 형사 처벌까지 이뤄지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이는 사기죄로 채무자를 기소하기 위해 채무자가 채권자를 속였다는 사실, 그리고 속이고자 한 의도나 고의성 등을 경찰에서 입증해야하는데, 만약 채권 발생 당시 이러한 고의성이 없었다거나 이후 빚을 일부라도 상환했을 경우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돈을 갚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사기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개인과 회사가 채권 추심 관련 문제들로 인해 시간 및 비용 낭비를 겪을 뿐 아니라 장기적 · 단기적으로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이 되곤 합니다. 더는 시간과 비용과 에너지가 쓸데없이 소모되지 않도록,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채권 추심을 진행할 수 있는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또한 ‘최고의 치료는 예방’이라는 말처럼, 채권 채무 관계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전에 미리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함으로써 관련 계약서를 꼼꼼히 준비하여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