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겠다, 부럽다”
제가 맨 처음에 호주로 가기로 결정되어 지인들에게 소식을 알렸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입니다. 그러나 이 곳 호주에 온지 1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의 생활을 돌이켜보면, 이곳도 역시나 제가 떠나온 한국과 마찬가지로 시시비비를 가릴 일도 많고 분쟁도 끊이지 않는 곳이어서, 요즘은 저도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태어나고 자란 나라가 아닌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언어나 문화 등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작은 사회를 형성하며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호주의 한인 사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한인끼리 서로 돕고 의지하며 발전적인 관계가 이루어진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실제로는 같은 한인이니 ‘좋은 게 좋은 거다,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 없이 일을 진행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이럴 경우 진행하려던 일뿐만이 아니라 사람 간의 관계도 그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사자가 한국으로 출국하여 연락 두절되어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일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피해 결과는 이혼 등과 같은 가족 간의 분쟁으로 비화되기도 합니다. 특히 호주에서는 허용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범죄가 되는 도박이나 성매매 등에 연루될 경우 한국에서 수사 대상이 되어 법원의 재판을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양국의 법의 차이를 알고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과 호주는 법을 적용하는 방식에서부터 크게 차이가 납니다. 대륙법과 영미법, 또는 성문법과 판례법이라는 용어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한국은 분쟁이 발생한 경우 어떤 법원에서 어떠한 법률이 적용되어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관할 구청으로부터 과태료나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경우 행정법원에 적용 법규와 해석의 부당성을 주장하여 이를 다투어야지, 유사 판례만을 주장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사안마다 주어진 사실관계가 모두 다르고 당사자들의 증거관계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법 적용과 해석을 통해 본인 주장의 타당성과 합리성을 주장하는 것이 법률분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은 호주와 달리 헌법재판소를 두고 있기 때문에 헌법소원이나 위헌법률심판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기도 합니다. 물론 헌법소원 등은 엄격한 제기 요건 등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이를 제기하였다가는 각하 판결을 받을 위험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사전 검토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의 분쟁 해결 방법은 비단 고소나 소송 등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잠재적인 사안에 모두 적용되므로, 한국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이라면 어떤 법률의 적용과 해석을 통해 법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한국은 한국에 소재하는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경우 해당 거래가 소위 갑-을 관계에서 진행된 것은 아닌지 또는 해당 거래가 일방 당사자에게 현저하게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거나 강제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규제 기관의 감독이 상대적으로 철저한 국가입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로 인하여 벌금이나 과징금 등을 부과 받게 될 경우 이는 1심 법원의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됩니다. 불복하는 경우에는 전속적 관할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한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한국에서 감독기관의 권한이 상당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사안에 따라 필요시 이러한 감독기관으로부터의 보호를 요청하거나 또는 반대로 감독기관의 조사에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내가 호주에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과 연관된 비즈니스를 실행 중이거나 모색 중 이라면 언제든 긍정적이든 또는 부정적이든 잠재적인 법률적 이슈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고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한편, 잘 아시다시피 한국은 호주와 달리 형사합의금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실제 분쟁 발생 시에도 형사합의금은 가해자의 양형에 매우 크고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그러나 형사합의금이 문제 될 경우 단순히 ‘합의서’, ‘탄원서’라는 명목하에 금원이 오고 간다면 이는 추후 민사소송에서 달리 판단될 수도 있음을 반드시 고려하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 한국을 방문했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형사합의금을 수령하되, 이 합의금원이 ‘법률상 손해배상의 일부’로서 지급받는 것인지 및 가해자로부터 보험회사에 대한 보험금 청구권을 양도받을 것인지 등을 반드시 확인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형사합의금을 수령할 경우 형사합의금 상당액이 손해배상액에서 전액 공제되어 오히려 피해자가 금전적인 손해를 입게 될 수도 있고 가해자가 합의금을 공탁한 뒤 해당 금액만큼 자신의 보험사에 청구하여 자신의 주머니에서는 단 한 푼도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는 등 피해자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주에서도 한국에서도 분쟁 없이 평화롭게만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사람이 있는 곳은 그것이 작든 크든 항상 분쟁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작은 분쟁의 시작도 그에 알맞은 적절한 옷을 입으면 분쟁의 불꽃이 쉽사리 사그라들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큰 불로 번질 수도 있음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물론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다행히 ‘법’이라는 분야는 사전 법률 검토가 얼마나 치열했느냐에 따라 명백히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로 법률분쟁은 살아 있는 작은 불꽃과 같아서 한번 시작되면 어떤 국가의 법률이 어떻게 적용되어 해석되는지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진행됩니다. 최근 들어 호주에서도 한국 내 투자나 한국 기업 등과의 거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와 관련된 다양한 법률 이슈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법적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본인의 상황에 맞는 적합한 변호사와 상의하여 일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입니다.
“법의 무지는 용서되지 않는다(Ignorance of the law is no excuse)”라는 법의 명제가 있습니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죄가 되는데, 그런 법이 있는 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나는 호주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이런 법이 있는 줄 몰랐다 또는 호주에서는 이 정도는 허용되는 일이다 등등은 법률 분쟁에서 정당한 변명이 되지 못합니다. 한국법의 무지 역시 정당화되지 않는 사유이기 때문입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표현처럼, 한국 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대하여는 한국 법에 관하여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한국 변호사에게 가장 적절하고 적확한 법률자문을 받아 일의 성과도, 사람 간의 관계도 모두 진정성 있게 발전하실 수 있도록 도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면책공고: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필자 및 필자가 속한 법인은 상기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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