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호주 변호사’를 검색하면 가장 앞에 나오는 검색결과는 무엇일까요? 바로 ‘호주 변호사가 되는 법’에 관한 포스팅들입니다. 저는 호기심에 ‘미국 변호사’와 ‘영국 변호사’도 연이어 검색해보았는데 ‘호주 변호사’처럼 ‘변호사 되는 법’에 사람들의 관심이 치중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에게 ‘호주 변호사’ 자격증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호주 변호사가 되는 것에 관심을 가질까요?
영주비자 취득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호주에서는 변호사 자격을 얻기 위한 ‘국가시험’ 자체가 없기 때문에 시험이 존재하는 한국이나 미국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여 보다 변호사가 되는 것이 쉽다고 느끼는 것이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한국의 경우 2017년을 마지막으로 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사법연수원을 통한 법조인 양성 제도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변호사 자격증을 얻기 위한 ‘시험’이 없기 때문에 ‘나도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으로 도전하기에는 호주에서 변호사되는 과정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의 법과대학과 호주의 로스쿨에서 모두 법학을 공부하여 보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국과 호주의 수업 방식을 여러모로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느낀 점은, 한국과 호주는 수업방식이나 사안에 대한 접근 방법, 그리고 그 교육방법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성문법을 바탕으로 하는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는 한국에서 공부한 변호사인 저는 법적 사안에 대하여 접근할 때 해당 사실 관계 분석과 법 적용, 그리고 관련 판례를 참고하지만 미국이나 영국과 마찬가지로 보통법을 채택하는 호주에서는 법조문 뿐만 아니라 보통법도 적용하여 사안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여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과 접근 방식이 한국과는 상이하기 때문에 한국의 사고 방식과 분쟁 해결 방법에 익숙한 저와 같은 상황이라면 호주 로스쿨의 수업방식에 혼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호주 로스쿨 수업에서 가장 생소하게 느꼈던 과목은 바로 ‘Research Methodology’였습니다. 요즘 시대에는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그 정보를 나에게 맞게 분류하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중요함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한국 로스쿨에서도 ‘법정보학’이라는 과목이 도입되었지만, 제가 한국에서 법학을 공부하던 때에는 이렇게 인터넷에서 법률 정보를 찾는 것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던 터라, 수많은 정보들을 수집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Research Methodology’ 수업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또한 법조인을 양성할 때, 한국은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전문성을 기를 것을 요구하는 반면 호주는 로스쿨 학생 시절부터 로펌이나 관련 기관에서 근무하며 실무 경험을 쌓도록 함으로써 특정 전문 분야에 대하여 보다 심도 있는 이해와 경험을 축적하게 합니다. 현재 저희 로펌에도 로스쿨에 재학 중인 paralegal들이 여러 명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은 기업법무, 해외투자, 부동산, 형사, 이민 등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에서 담당 변호사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변호사 양성 시스템이 다르다 보니 호주에서는 변호사 업무 영역이나 직역도 한국과는 일부 차이가 있어서 한국에서의 변호사 업무에 대한 다소 보수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면 호주에서 로스쿨 과정이나 변호사 업무를 할 때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국 변호사 역량의 가장 핵심적 요소는 법률적인 사고력, 즉 리걸마인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변호사의 속성은 호주나 한국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단순히 호주가 변호사가 되기 쉬워 보인다는 이유로 로스쿨에 진학하기 보다는 내가 법률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리걸 마인드를 갖춘 사람인지를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화에 따라 여러 국가의 법률이 적용되는 크로스 보더 업무도 급속도로 증가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한국이나 호주의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한국과 호주 양국의 사회, 경제, 문화적 배경에 친숙할 뿐만 아니라 리걸마인드를 갖춘 법률 전문가들이 보다 많이 배출되어 양국간 경제 협력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작성일: 2023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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