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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의 필요성과 이점

이은영    02 Dec 2019

 

유언장이 없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 

 

호주에서 유언장을 남기지 않고 사망했을 때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 두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로, 누가 고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분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갈 것인가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속권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administrator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권리자가 복수인 경우에는 공동 신청을 하거나 또는 대표자 1인을 지목하여 그 대표자 명의로 단독 신청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단독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상속권자들로부터 서면 동의를 법정 진술서(affidavit)의 형태로 받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상속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는administrator로 누구를 선정할 것인지 혹은 다 같이 신청할 것인지에 대해 먼저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Administrator로 선정된 사람은 고인의 재산을 관리할 권한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상속 재산을 처분할 것인지도 결정할 수 있는 권한 역시 가져가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이 서로 이해하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서로 이 권한을 차지하려고 다투는 일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설령 Administrator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더라도 법원이 보기에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법원은 독립된 제삼자를 administrator로 임명할 수 있습니다. 즉,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사유만으로는 자동으로 상속재산을 관리할 법적인 권한을 받게 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만약 독립된 제삼자가 관리자로 임명될 경우에는 해당 절차에서 발생하는 상당한 비용을 상속재산에서 별도로 공제하게 되므로 상속 재산이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로, 고인의 재산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족의 형태에 따라 다소 달라지기는 하지만, 유언장이 없는 경우에 상속재산은 법으로 정해진 공식에 따라 분배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는 나의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에 관한 나 또는 내 가족들의 의지나 희망사항과는 무관하게 재산이 분배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실 가족들 사이에서도 어떤 재산을 처분하고 어떤 재산은 그대로 보유할 것인지에 관해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만약 특별히 더 애착을 갖고 있는 특정 재산이 있는 경우 이를 누구 명의로 할 것인지 등에 관해 의견이 분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상속재산은 오직 법에 따라 나눠지기 때문에 유족들이 원하는 것과 다를 수 있으며 이는 유족들 사이의 분쟁으로 이어져 불편한 상황과 감정 소모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지난 수년간, 고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분쟁과 충돌이 발생하는 케이스를 많이 봐 왔습니다. 특히 부모님께서 모두 돌아가신 경우에는 남은 자녀들 사이에서 더 심각한 불화로 번지곤 합니다. 

 

유언장의 이점 

 

좋은 유언장이야말로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해 주는 열쇠입니다. 

 

유언장을 잘 작성해 두는 것이야말로 남은 가족들에게 화목한 가족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진정한 유산’을 남겨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꼼꼼하고 명확하게 잘 작성된 유언장은 가족들 사이의 불필요한 분쟁 가능성을 줄여줍니다. 내 재산을, 내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그 ‘결정권’을 갖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유언입니다. 

 

유언장을 작성하다 보면 유언자가 자기 가족들의 관계나 성향 등에 관해 한 번 더 숙고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상속인들, 즉 자신의 가족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유언자이기 때문에 누가 Executor로 적합한지, 누가 가장 신뢰할 만한 성향을 갖고 있는지를 짚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언자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자신이 어떤 의도에서, 어떻게 상속재산을 나눈 것인지 설명할 기회를 얻고 가족들로부터 이해를 구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게 됩니다. 

 

만약 가족 구성원 중 유언자의 결정에 대해 의문을 갖거나 문제를 제기한다 하더라도 유언자가 살아있는 동안 논의될 수 있고 이에 관해 유언자가 가족들로부터 양해를 얻을 기회를 가지기 때문에, 유언자가 사망한 후에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의 가능성을 상당히 줄여줍니다. 

 

이러한 상속인들 사이에서의 원활한 관계 및 절차의 진행뿐 아니라, 유언장은 남은 가족들을 외부의 경제적 압박으로 지켜주는 도구로 쓰이도록 작성되기도 합니다. 유언장은 필요에 따라 채무면제용 또는 가족 및 자손을 위한 재산보호용으로 작성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면밀하게 잘 작성된 유언장은 세금 혜택과 재산 관리상의 융통성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아주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50만 달러의 투자용 아파트 및 70만 달러의 현금이 유산으로 남겨진 상태에서 상속지분을 가진 2명의 상속인 A와 B가 있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대개 상속재산 분배 시, 특히 유언장이 없는 경우에는 모든 재산을 현금화시킨 뒤 법정 비율에 따라 상속인들에게 지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즉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이 있다면 이를 매각한 뒤 그 매매대금에서 각종 세금이나 수수료 등을 공제한 잔액을 상속인들이 나눠 갖게 되는 것이므로, 양도소득세(Capital Gains Tax)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세금은 어느 재원에서 지급될까요? 바로 상속재산에서 지급됩니다. 이는 결국 상속인들에게 지급될 상속재산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만약 동일한 상황에서 ‘A에게 아파트와 현금 10만 달러를, 그리고 B에게 나머지 현금 60만 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이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러한 경우, 상속재산에 관해 바로 발생하는 Capital Gain Tax는 없으므로 상속인들에게 더 많은 재산을 남겨줄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아파트가 A에게 상속될 경우, A는 CGT를 당장 납부하지 않아도 되며 추후 자신의 자금 사정이나 시장 상황, 재산 계획 등을 두루 고려하여 본인이 실제로 해당 아파트를 매각하고 싶을 때에 내면 됩니다. 예컨대, A의 다른 재산에 capital loss가 있는 회계연도가 있다면 이 때에 상속받은 아파트를 팔아 A의 capital loss를 상속받은 아파트에서 발생하는CGT를 줄이는데 활용하는 등 본인에게 유리한 세금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렇듯 잘 작성된 유언장은 유언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담음으로써, 분쟁을 유발하는 불투명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상속재산 및 상속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세금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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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브락과 세 개의 유언장

차를 사랑하는 호주인이라면 대부분 피터 제프리 브락(이하 ‘피터’)을 잘 알 것입니다. 그는 호주에서 가장 성공한 자동차경주 드라이버이며 ‘산의 왕’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러나 피터는 2006년 9월 서호주에서 있었던 레이싱 경기에서, 안타깝게도 차가 도로 밖으로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하며 삶을 마감하였습니다.  피터는 생전에 세 개의 유언장을 작성했습니다. 피터의 첫번째 유언장은 변호사에 의해1984년에 작성되었습니다. 두번째 유언장은 피터가 셀프 유언장 작성 키트를 사용해 2003년에 작성한 비공식적인 유언장이었습니다. 마지막 유언장 역시 셀프 키트를 사용해 2006년에 작성되었습니다. 마지막 유언장을 작성한 후 약 두 달 뒤 피터는 사망했습니다. 피터는 두 차례 법적으로 결혼을 했지만 이 결혼 생활에서 자녀는 없었습니다. 그는 1976년 말부터 2005년 3월까지 베벌리 브락과의 사실혼 관계에서 두 명의 자녀를 낳았는데, 베벌리는 피터를 만나기 전 이미 한 명의 자녀가 있었습니다. 둘의 사실혼 관계는 2005년 3월에 피터가 베벌리와 함께 살던 집에서 나오면서 종료되었습니다. 피터가 다음 해 사망했을 때, 그는 줄리 앤 뱀포트와 함께 살며 약혼한 상태였습니다. 피터가 줄리와 동거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였지만, 그는 이미 지난 15년간 줄리와 친밀한 관계를 이어 오고 있었습니다. 1984년 유언장은 그의 변호사에 의해 법에 의거한 형식을 갖추어 작성되었습니다. 1984년 유언장은 피터의 부모와 피터의 세 자녀들(베벌리가 데려온 자녀 포함)에게 남기는 선물 외에 나머지 대부분의 유산은 베벌리 앞으로 가도록 쓰여졌습니다. 베벌리에게는 그들이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베벌리가 사망하면 피터와 베벌리 사이의 두 자녀들에게 그 권리가 이전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두 번째 2003년 유언장은 베벌리와 피터의 비서였던 산드라 윌리엄스(이하 ‘산드라’)를 증인으로 하여 작성되었습니다. 피터는 유언장 키트를 사용해 기존의 첫 번째 유언장을 철회한다는 내용과 장례식 절차에 대한 세부 내용을 적어 넣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유언장 키트에서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은 공백으로 남겨 놓았습니다. 피터는 베벌리에게 자신은 그녀를 완전히 신뢰하기 때문에 그녀가 유언장의 나머지 부분을 채워 넣어도 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뒤 피터는 미완성 유언장 키트에 서명을 했으며 그의 비서인 산드라 역시 유언장의 증인으로서 유언장 키트에 서명하였습니다. 하지만 베벌리는 두 번째 증인으로서 유언장에 서명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언장의 빈 부분을 채워 넣지도 않았습니다.  마지막 2006년 유언장은 유언장 키트를 이용해 피터의 개인 비서였던 데이니스 크리스틴 덴만이 작성하였습니다. 피터는 데이니스에게 이 유언장 작성을 지시했지만 서명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2006년 피터가 사망하고 난 뒤, 피터의 재산을 어느 유언장에 근거하여 배분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가 빅토리아 주 대법원에 회부되었습니다.   NSW주처럼 빅토리아 주에서도 유언장이 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이 법이 정한 유언장의 형식을 따라야 합니다. 1. 유언장은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되어야 함 2. 유언자가 반드시 유언장에 서명해야 함 3. 유언장에는 유언장을 작성하려는 유언자의 의지가 반영되어야 함 4. 유언장의 서명은 최소 2명의 증인 앞에서 이루어져야 함. 5. 위 4항의 증인들 (최소 2 명) 은 유언자 동석 하에 유언장에 서명해야 함    법원은 피터의 세 개의 유언장 가운데 첫 번째 작성된 1984년 유언장만이 유일하게 위의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유언장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하지만 빅토리아주 유언법(Wills Act 1997 VIC) 및 NSW주 상속법(Succession Act 2006 NSW)에 따르면, 어떤 문서가 고인의 유언장 작성에 대한 의지(testamentary intention)를 충분히 담고 있다면 해당 문서가 유언장의 형식 조건을 완전히 충족시키지 않더라도 법원은 그 문서를 적합한 유언장으로 인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유언장 인정에 대한 법원의 재량권에 대하여 위와 같이 판시하면서도 “유언장에 대하여 법이 정한 방식의 중요성이 간과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하였습니다.  모든 증거를 검토한 법원은 2003년에 작성된 두번째 유언장이 피터의 생전에 마지막으로 작성된 유효한 유언장이라고 최종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즉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1984년의 첫번째 유언장이 법이 정한 방식을 가장 잘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유언장 인정의 재량권을 통해2003년에 작성된 미완성의 두 번째 유언장을 피터의 최종적인 유언장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결국 유산의 분배방식에 대해 명시하지 않은 2003년 유언장은 1984년 유언장을 철회한다는 내용만 효력을 인정받아 1984년 유언장의 내용이 철회되었고, 피터는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유산이 누구에게 분배 되는지에 대한 유언장을 남기지 못한 채 사망한 것과 다름이 없게 되었습니다.  피터는 자신의 상황이 변함에 따라 유언장의 내용 또한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인지했고, 그 의사에 따라 이를 시도하였습니다. 하지만 유언장의 작성 방식과 효력에 대한 적절한 법적 조언을 받지 못했기에 여러 차례 노력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의도와는 정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3년의 유언장에는 피터의 재산이 어떻게 분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누락되었고, 이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피터는 사망했습니다. 이로 인해 피터의 사망 후 피터의 상속인들은 유산 분배 방식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결국 8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많은 비용을 소모하는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1. 유언장을 작성하거나 수정할 때에는 해당 유언장이 법적 구성조건을 충족하여 효력을 가질 수 있도록 반드시 적절한 법적 조언을 받아야 합니다. 2. 이미 유언장을 작성하였다 하더라도, 상황에 변화가 있을 경우 그 변동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절한 절차를 통해 유언장 내용이 수정되어야 합니다.    작성일: 2021년 7월 12일   면책고시  본 칼럼은 작성일 기준 시행되는 법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며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이후 법규의 신설, 개정, 폐지로 인한 변경 사항 및 칼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사례를 통해 보는 호주 상속 제도

유언장 없이 사망하는 경우 상속법에 따라 상속이 진행된다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는 내용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법이 적용된다'는 것이 실제 생활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속속들이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일률적으로 법을 적용하다 보면 일반인들의 상식에 비추어 보았을 때에는 다소 불합리하거나 안타깝게 느껴지는 일도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아래에 언급할 사례들도 그런 경우에 해당되는 사례들입니다. 1. 가정 폭력이나 패륜을 일삼은 사람도 유산을 받을 수 있는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던 한 청년의 사례입니다.  이 청년이 아주 어렸을 때, 청년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하고 시드니로 이사를 했습니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자녀의 안전에 대한 ‘Apprehensive Violence Order(AVO, 법원의 폭력행위 금지 명령)'를 받을 정도로 가족에 대해 학대를 일삼고 폭력을 휘두르던 사람이었습니다.  20대 후반이 될 때까지 청년은 열심히 일을 하며 돈을 모으고 어머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단 한 번 연락조차 하지 않았고 가족들 역시 아버지와는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청년이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망 당시 미혼이었고 자녀도 없었으며 일반적인 젊은 층들이 그러하듯 자신의 재산이나 상속에 대해 계획을 수립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기에 당연히 유언장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재산을 최종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administrator(상속재산관리인) 지정 신청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상속법에 따라 사망한 재산의 상속인은 고인의 부모이므로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사망한 아들의 재산에 관해 동등한 권한과 권리를 가져야 함을 시사하였습니다.  그저 아들을 학대할 뿐 양육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고 이후에는 연락조차 단절하며 아들이 살아있는 동안 남보다 못한 존재였던 아버지가 그 아들이 세상을 떠나자 그로부터 상속을 받게 된 것에 그 청년의 어머니는 절망했습니다.  이러한 사안에 관한 상속법은 명확합니다. 누군가 사망했을 때에 생존 배우자나 자녀가 없다면 차순위 상속인은 고인의 부모가 될 뿐, 피상속인과 상속인의 실질적인 인간관계나 친밀도 등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사례에서도 그저 그 청년의 친부라는 사실만이 상속법에서 요구하는 유일한 자격이었을 뿐, 평생 연락 한 번 없이 아무런 보탬도 주지 않고 오히려 아들을 학대했던 사실은 그 친부가 상속을 받는 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2. 얼굴조차 모르는 혈육에게도 상속이 되는가?  앞서 언급한 사례와 일부 유사한 사례입니다.   21세 여성이 업무 중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는데, 당시 남겨둔 유언장은 없었지만 보상금으로 받은 20만 달러 가량이 상속재산으로 있었습니다.  이 여성의 아버지는 그녀가 태어나기 몇 주 전에 가족을 버린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그 아버지라는 사람을 일평생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고 그 아버지 역시 딸의 얼굴을 본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존재조차 잊고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버지는 10만 달러를 상속 받게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법정 상속비율에 따라 그녀의 아버지 역시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상속재산을 균등하게 분배 받을 권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3. 무연고자의 재산은 누구에게 상속되는가?  약 18만 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던 한 남성이 유언장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이 남성의 출생 증명서 등 공식적인 출생 등록이 확인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혈육이 누구인지조차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의 전 재산은 정부 소유로 넘어갔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법에 의한 상속은 피상속인, 즉 고인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누구에게 어떤 재산이 갈 지에 대해 법은 오로지 법적인 관계만을 중요시할 뿐 당사자들의 실질적인 관계는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나를 학대했던 사람에게, 혹은 내가 증오하던 사람에게, 혹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는지조차 몰랐던 누군가에게 내가 모은 재산이 전부 상속될 수도 있고, 나에게 은혜를 베풀었던 사람에게, 혹은 내가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던 사람에게, 혹은 내가 아끼고 사랑하던 사람에게 상속 재산이 단 한 푼도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평생을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보다 가치 있게, 혹은 내가 원하는 대로 누군가에게 주고 싶다면 그러한 나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한 유언장을 남겨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소중한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값진 선물이 될 것입니다.